한국 남자 야구선수의 커리어 설계에서 병역만큼 큰 변수는 없습니다. 20대 중반, 기량이 만개하기 직전의 시기에 두 시즌 가까이 그라운드를 비워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와 구단 모두 이 문제를 언제 어떻게 해결할지를 커리어 초반부터 계산합니다.
가장 선호되는 해결책은 국군체육부대, 즉 상무입니다. 상무 야구단은 퓨처스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에 복무 기간에도 실전 경기를 뛸 수 있습니다. 야구 감각을 유지한 채 전역하는 것과 야구를 완전히 내려놓고 돌아오는 것의 차이는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매년 지원 경쟁이 치열하고, 아무나 합격하지 못합니다. 상무는 지원자의 기량과 실적을 봅니다. 프로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선수가 유리하고, 탈락하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거나 현역으로 입대해야 합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또는 올림픽 메달을 따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사실상 병역이 해결됩니다.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니, 선수에게는 최고의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이 길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대표팀에 발탁될 만큼의 기량이 먼저이고, 대회에서 결과까지 나와야 합니다. 국가대표 차출 시점과 병역 미해결 상태가 맞물리는 선수는 대회 하나에 커리어의 큰 갈림길이 걸리는 셈입니다.
상무에 떨어지고 특례도 없다면 남는 것은 현역 입대입니다. 약 18개월간 야구를 내려놓게 되므로 선수에게는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입니다. 복귀 후 몸을 다시 만드는 데에만 한 시즌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 팀 내 자리는 다른 선수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단은 유망주의 입대 시점을 전략적으로 관리합니다. 1군에서 자리를 잡기 전, 어린 나이에 미리 다녀오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병역은 해결 방법만큼 시점이 중요합니다. 일찍 다녀오면 20대 후반의 전성기를 온전히 쓸 수 있고, 미루면 FA 자격 취득이 늦어지고 해외 진출의 문도 좁아집니다. 병역 미해결 선수는 해외 리그 진출에도 제약이 걸리기 때문에, 큰 무대를 꿈꾸는 선수일수록 병역을 빨리 정리하려 합니다. 반대로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특례를 노리고 시점을 미루는 도박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고, 각자의 기량과 상황이 만드는 확률 게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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